19세기 말 한국 기독교의 전래와 영향
2003-10-02 11:51:20 read : 8713
한국사회는 개항으로 인하여 전통과 근대의 갈등을 경험하게 되었다. 한국사회와 사상계는 이 같은 전통과 근대의 갈등 상황에서 한국 사회는 그 당시 이슈로 떠오른 서양문명 수용 여부에 대해 거부형, 선별적인 수용형, 전면적인 수용형의 세 가지 흐름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개항이후 한국사회의 개방화가 계속 진행되면서 개항기 후반기에 해당하는 한말에 이르러서는 점차 서구 근대성 수용이 당위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우리는 동아시아 각국의 개방을 서구의 '근대성(modernity)'에 대한 대응의 과정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우리 나라에서의 기독교의 수용은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저항을 유발했다. 이는 우리 나라의 거부론자들(유학자)이 기독교의 수용을 세계관과 세계관의 대립으로 보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그들에게서 중요했던 것은 서양종교인 기독교의 유입과 그에 따른 세계관의 혼돈에 대한 경계(警戒)였다. 그러나 이후 기독교가 수용된 뒤부터 기독교는 교육·의료·계몽운동·청년운동 등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근대화에 커다란 기여를 하며, 반감의 수위를 낮추게 된다.
1.한국 기독교 전래 과정
한국의 기독교(개신교)는 천주교가 이미 18세기말부터 조선에 대한 선교를 위해 노력하고 많은 희생을 치룬 것에 비해 매우 늦은 시기에 조선에 유입됐다. 그래서 천주교가 유입되었던 시기에 비해 자유로운 상태에서 선교를 진행할 수 있었고, 국가권력과의 충돌을 피해(정교분리정책) 주로 교육과 의료사업을 통해 그 기반을 넓혀 갔다.
이런 교육선교와 의료선교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 기독교의 성장은 근대 한국종교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불교·유교 등 전통종교는 개신교의 종교개혁을 모델 삼아 스스로의 전통을 혁신하는 개혁운동을 벌이게 되었는가 하면, 근대 한국종교사를 주도한 신흥 종교 가운데 하나인 동학 역시 천도교로 개신하여 문명개벽(文明開闢)의 논리를 추구하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같은 크리스트교인 천주교 역시 개신교가 취한 문명선교의 대열에 합류하고자 노력했다.
2. 한국 기독교의 사회 운동
1)초기 기독교 운동 - 교육·의료 지원
한국 초기 기독교 선교 과정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그것은 의료사업과 교육사업이라 할 수 있다. 이 교육과 의료 사업은 거의 동시에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우리 정부가 신교육과 의료 사업을 허락하는 데는 일본에서 활동하던 선교사 매클레이의 공이 컸다. 그러나 이런 사업을 시작하는 데 있어서 개화 지도자들의 신문명에 대한 절실한 욕구가 있었고, 이러한 욕구 못지 않은 백성들의 열의도 함께 있었다는 것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교육 사업
당시 한국 사회는 개화와 근대 교육에 대한 열의가 대단히 팽배해 있었으며, 그 때 이미 육영 공원이라는 근대식 국립 교육 기관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었다. 이에 한국 정부는 근대 교육을 담당할 세 사람의 교사를 미국에 요청했고, 그래서 한국에 파견된 세 사람의 미국인은 우연히도 모두 뉴욕에 있는 유니온 신학교 졸업생으로 파송되었다. 그들이 바로 모어, 벙커, 헐버트였는데, 이 중 헐버트는 고종의 신임을 얻어 1905년 을사조약 이후 만국평화회의에 참석한 헤이그 밀사들의 활동을 돕는 등 우리 나라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그러나 육영 공원의 대부분의 학생은 유교적인 전통과 특권에 집착하고 있던 개혁 의지가 약한 양반 고관의 자제들이어서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는 데 소극적이었고, 또한 외국 교사들도 점차 학교와 관계를 끊게 되어 결국 육영 공원은 1894년 설립된 지 10년만에 사실상 폐지되고 만다.
그러나 이후 1887년 2월 아펜잴러에 의해 배재 학당이 설립되고, 이어 이화 학당(감리회), 연희대학, 정신 여학교(북장로회), 평양의 숭실 학교, 숭의 여학교 등이 설립되는 등 전국적으로 기독교 선교 사업의 일환으로 많은 학교가 세워지게 되었다.
이러한 기독교 교육 선교는 서구 학문의 수용, 기독교 정신의 전파, 그리고 한국 전통 문화의 진작
이라는 세 가지 의미에 집약되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이런 기독교 학교가 일제 강점기에 들어서서는 민족 운동의 선구가 되어 많은 민족 운동 지도자가 배출되어 독립운동에 커다란 밑거름이 되었다.
의료 사업
앞서 언급했듯이 기독교 전래 초기에는 교육과 의료 사업이 주된 선교 정책으로 활용되었다. 1884년 우리나라를 처음 방문한 재일 선교사 매클레이는 김옥균을 통해 고종으로부터 교육과 의료 사업에 대한 재가를 얻어낸다. 이에 그 다음해인 1885년, 미국 감리회는 교육 사업을 위해 아펜잴러를, 의료 선교를 위해 스크랜튼을 파송하게 된다. 그런데 정작 이 땅에 거처를 정하고 자리를 잡은 개신교 선교사는 미국 북장로회 소속의 알렌이었는데, 그는 처음에 중국 선교사로 파송되었으나 그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마침 미국 공사관이 서울에 개설되고 상주하는 외국인 수효가 많아지자 미 공사관의 공의(公醫)자격으로 1884년 9월에 입국했던 것이다.
이렇게 입국한 알렌은 1884년 갑신정변이 일어났을 때 민영익의 부상을 치료해준 것을 계기로 조정의 신임을 얻게 되고 마침내 최초의 서양식 병원인 광혜원을 설립하게 된다.
이처럼 기독교 전래 초기 의료 선교는 기독교를 경계하던 정부와 사회전반의 보수적인 분위기를 완화 큰 역할을 했다. 특히 알렌의 광혜원에서 보여준 위로는 왕으로부터 아래로 비천한 천민에 이르기까지 신분을 가리지 않는 의술은 많은 사람들에게 계층적인 소외감을 없애 주었다.
2)일제 강점기 - 기독교 남·녀 청년운동
YMCA와 YWCA, 이 두 단체는 모두 나라 잃은 어려운 시절에 우리 젊은이들의 혈기를 기독교 정신으로 승화시켜서, 많은 무지한 민중들의 계몽과 건전한 스포츠 활동 등을 선도한다.
「상록수」라는 소설이 있다. 이 소설의 배경은 바로 YWCA가 벌인 농촌 계몽 운동에서 연원이 된다. 당시 수원 샘골에 파견된 여성 청년 운동가 최용신의 이야기를 한 편의 소설로 엮은 것이다.
최용신이 벌인 여러 사업은 농촌 운동의 모범적인 사례로 칭송을 받았고, 과로와 병이 겹쳐 일찍 죽은 뒤에는 그의 전기가 쓰여지는 등 농촌 계몽 운동의 신화적인 인물로 자리잡고 있다. 이런 인물을 키워 낸 YWCA는 국내 여성 단체로는 가장 오래 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단체로서 현재 200만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한 대규모 단체로 성장했다.
YWCA를 창립을 주도한 사람은 당시 신여성의 대표주자였던 김필례, 유각경, 김활란이었다. 이들은 유학 시절이라든지 해외 활동을 하면서 세계적인 Y운동의 조류를 접함으로써 1922년 한국 YWCA를 조직하고, 그 해 4월에는 북경에서 열리는 '세계 기독 학생 연맹 총회' 에 김활란과 김필례를 대표로 파견, 당시 일본 YWCA 총무인 가와이 미치코를 만나 세계 YWCA에 단독으로 가입할 것과 단독 가입 동의서를 첨부해 줄 것을 약속받는 등, 비록 당시 주권은 없었지만, 독립된 청년회의 조직을 가지고 세계 YWCA 운동에 떳떳하게 참여하여 자주적이고, 주체적인 활동을 벌이게 된다. 또한 앞서 언급했듯이 농촌 계몽운동과 여성운동을 통해 무지한 민중에게 신지식을 전파하는 노력과 여성의 권위 향상과 배움의 길을 여는데 큰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YMCA는 YWCA보다 훨씬 먼저 한국에서 그 시작을 보게 된다. 한국에 와 있는 여러 선교사들과 기독교인, 한국인 선각자 사이에 조선에도 기독교적 성격을 지닌 모임이 필요하다는 의식이 생겨났다. 그래서 1899년경에 150여명의 한국 기독교인들이 서울에 YMCA간사를 보내 줄 것을 요청하는 편지를 세계 YMCA 본부에 보냈고, 세계 연맹 본부 국제 위원회에서는 이를 철저히 검토했다. 그 결과 1903년 10월 윤치호, 이상재 등의 기독교 민족 운동가를 중심으로 한 '황성 기독교 청년회' 라는 명칭을 가진 YMCA가 설립하게 된다.
초기 YMCA의 활동 중 두드러진 특징의 하나는 체육 활동의 시작과 보급이다. YMCA를 통해 우리 나라에 처음 소개되어 보급된 운동은 농구, 스케이트, 배구, 탁구, 원반치기 등이 있는데, 서구식 운동 경기는 거의 모두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승만, 김규식 등 조국 해방을 위해 노력한 여러 독립투사들을 YMCA를 통해 배출하는 등 우리 나라의 독립운동에도 큰 기여를 한다.
이처럼 19세기 말 전래된 기독교가 한국의 근대사에 미친 영향은 교육을 비롯한 사회 각 분야에 걸쳐 매우 커다란 의미를 가진다. 특히 전래 초기에는 근대적인 교육과 의료 사업을 통해 우리 나라 민중의 근대의식 성장에 기여했고, 간략하게 알아보았지만 YMCA와 YWCA 등의 계몽단체를 통해 교육 기회 확대, 여권 향상, 반상 철폐, 구습 타파, 절제 운동 등 여러 가지 사업을 추진했다. 또한 일제 강점기라는 암울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우리 청년들이 마음껏 꿈을 키우고 역량을 발산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울타리가 되어줌으로써 후에 여러 선각자와 독립운동가를 배출해 우리 나라의 독립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기독교 단체들이 우리 민족을 위해서만 일한 것은 아니었다. 단적인 예를 들자면 1920년대 개량주의 농민운동을 들 수 있다. 이는 물론 농촌 계몽 운동이라는 좋은 의의를 갖는 운동이었지만, 결론적으로 1910년 한·일 합방 후 3·1운동이 일어나는 1919년까지 우리 농민들이 지속적으로 전개해왔던 합법농민운동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일제에 의해 이용되어진다.
이처럼 19세기 전래된 기독교는 한국 근대사에 많은 족적을 남겼다. 물론 후에 김활란, 윤치호 등 기독교 단체를 이끌었던 지도자들이 친일로 변절하는 우를 범하기도 하지만, 전래 초기 교육·의료 사업이나 YMCA 나YWCA 운동으로 대표되는 후반기 농촌 계몽사업을 비롯한 여러 가지 사업들과 이런 단체에서 배출한 여러 독립운동가들은 우리 나라 독립의 기초가 되었고 이는 해방 후 6·25동란이나 경제적 빈곤 등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가는데도 큰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