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독교의 '부림절' 사건 (2)
2003-10-02 12:41:46 read : 13737
- 한말 이용익(李容翊)과 김영준(金永準)의 기독교인 박멸 음모
지난 호 마지막에 소개한 자료의 한문 역문을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1900년 9월 10일 모페트보고
구성은 즉 채광을 하는 운산의 서쪽 이웃 읍이다. 그 군에 사는 두명이 교도들을 구타하고 훼방하여 크게 소요를 이루고 있다. 이 두 사람은 천마면, 사기면의 집강이다. 천마면 집강은 교도 두명을 구류하고 많은 힐난과 박해를 하고 잔혹하게 때려서 내보냈다. 이 집강은 이르기를 추수 후에 외국 선교사와 본토 교민들을 잡아 한꺼번에 살해하든가 축출한다고 하였다. 의주 구성 용천 각군에서 들리는 말에 의하면 10월에 부상과 동학이 함께 일어나 교도와 외국인을 잡아 모두 도륙할 것같으며, 동학은 북변에서 점점 치성하여 교인들의 재산을 탈취하려고 하며 이들이 교인처럼 모여서 자기들의 교도(敎道)에 전심하고, 청국 변경에서는 의화단이 천주교 혹은 정교(正敎)인을 잡아오는 한국인에게 15냥(10원)을 상금으로 준다. 의주는 안정에 가까우나 지방관이 교인을 억압하고 서울에서 보내온 보호하라는 훈령을 따르지 않는다.(외부 대신이 이미 보호하라는 훈령을 승인하였다.) 의주의 다수의 상민(商民)들이 이 소란을 두려워하여 함께 떠나가고 있으며, 용천에서 비도(匪徒)들이 교당을 파괴하는 한편 교인 10명을 잡아가 심하게 때려서 놓아주었으며, 또한 그 지방관에게 편지를 보내 교도들을 진멸해도 되는지 여부를 청원하였다. 지방관은 답하기를 어찌 그럴 수 있겠느냐, 서양 나라 선교사는 때려 손상시키지 않다니 하였다."
김영준·이용익의 [외국인과 기독교인 살해 통문(通文)]의 내용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우리 옛 강토는 처음 기자에 의해 문화의 혜택을 입었다. 우리 현 조정은 그 규례와 의식을 그 '화려한 왕국'에서 본받았다. 이 나라의 한줄기 희망은 유교에 있다. 외국인들과 일본인들의 어리석고 사악한 가르침이 소개 되면서 백성은 감염되고 잘못 인도되어 가고 있다. 역적들이 정부를 침범하고 국모가 잔혹한 죽음을 당했다. 백성들은 복수를 원하고, 살인자들이 처벌되지 않으면 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한 두명이 충성의 제단에 그들의 생명을 희생했지만 누가 그들의 뒤를 이을 것인가. 온통 조정은 일본이나 다른 외국인들의 도당이다. 폐하께서는 남몰래 슬픔을 간직하시고 음식과 의복에서 아무런 위로도 받지 못하신다. 우리는 폐하의 밀조(密詔)를 받아, 이 통문을 돌려 모든 충성된 사람들을 함께 본조를 지지하기 위해서 일어나기를 요구한다. 10월 18일에 모두 반드시 모이게 하여 개항장에 있는 모든 외국인의 가옥과 시설들을 불태우고 파괴하라. 본국인으로서 기독교인인 자들을 죽이고, 사람이나 짐승이나 모두 살아남지 못하게 하라. 명령을 거스리는 자는 역적으로 취급될 것이다.
광무 4년 윤 8월(1900년 10월)
김영준 인(경무사, 시종원 시종)
이용익 인(탁지부 전환국장)
이 통문을 파발로 다음 군(郡)에 전하라.(두 군 이름) 정한 날에 항구에 모여 교회를 불태우고 파괴하라. 전신줄을 끊으라."
한국 관리에게 우편으로 보내 진 김영준과 이용익의 기독교인 살해와 교회 파괴 지시 통문은 이런 것도 있었다. 비밀 통문이었기 때문에 전달된 지역에 따라 거사 일자가 약간씩 달랐던 것 같다.
"우리 이용익과 김영준은 조선의 국왕 폐하로부터 비밀 명령을 받아 내려보낸다. 서양 종교를 신봉하는 자들은 비루한 교리를 믿는 자들이다. 그들이 그러한 교리를 따르는 것을 시인하는 한 그들은 사실 악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10월 30일 각 군에서 그날 저녁에 유생들을 향교에 모이게 하여 기독교인들을 죽이고 교회를 파괴하라."
미국 공사 알렌은 이와 같이 증거 자료들을 첨부하여 대한제국 정부에 항의하는 한편, 미국의 국무장관에게도 이를 보고하면서 최악의 경우 미해군 군함의 파송을 요청하겠다고 알리고 있다.
"암호 전보문
1900. 11. 20
워싱톤 국무장관에게
미국 선교사들이, 12월 9일경에 한국인 기독교인과 외국인들을 반대하는 소요가 북부지역에서 일어날 것이라는 소문을 계속 타전해 오고 있습니다. 저는 이 일에 대해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어떠한 소요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막을 수 없다면 해군 군함을 요청하겠습니다. 알렌."
그리고 이틀후에는 다음과 같은 상세한 보고서를 국무장관에게 보내고 있다.
"외교문서 300.
미국 공사관
한국 서울, 1900년 11월 22일
미국 워싱톤 국무장관 존 헤이(John Hay) 각하에게
각하: -
20일자로 보내드린 저의 임시 보고서 299호 문서의, 12월 6일에 한국에서 반외국인 소요가 일어날 것이라는 주제에 계속하여, 저는 이제 이 나라의 다른 지역에서 같은 취지의 다른 보고서들을 받았다는 것을 각하에게 알려드리게 됨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존스(G. H. Jones) 목사가 저에게 보낸, 이 계획된 소요에 유학자들이 관련되어 있다는 몇가지 정보에 대한 사본을 동봉합니다. 저는 이 정보의 사본을 저의 몇몇 동료들과 한국 정부에 보였습니다. 저는 방금 외무대신과 황제 각하로부터 '10월 15일(음력)- 12월 6일(양력)-외국인들과 한국 기독교인들을 죽여 없앨 목적으로 총 궐기할 것을 요구하는 비밀 통문이 우편으로 이 나라의 모든 관리들에게 널리 보내졌다는 것과, 이 통문을 지은 자가 이 통문을 반포하도록 황제의 밀지를 받았다고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수결(사인)은 위조된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 정부는 얼마동안 그 통문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저의 동료들은 제가 그것을 주목하도록 가져 가기까지는 그것을 몰랐습니다. 외부대신과 황제 폐하는 저에게 그 통문을 지은 자가 누구인지 찾아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 통문이 위조된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금지하는 강력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그러한 소요가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주장하며 긴급한 상황을 설명하자, 그러한 소요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지역의 행정 군대 관리들이 힘쓰도록 명령하는 매우 강력한 전보문을 곧바로 전국에 보냈습니다. 저는 방금 해주에 있는 언더우드 박사로부터 '명령이 서울에서 내려져 취소되었다.'는 전보를 받았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한국 정부가 이러한 문제를 막기 위해서 실제로 그 능력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 상황이 즉각적인 조치를 요구하는 것이었다고 확신하며 시기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러시아 동료는 저의 즉각적인 조치에 감사하면서 그러한 조치가 없었다면 그의 생각으로는 크건 적건간에 그런 소요가 일어났을 것이라고 합니다. 한편 일본인 동료들도 제가 당신에게 보내드리는 메모에서 같은 식으로 그 스스로가 표현하고 있습니다. 몇몇 무고한 사람들이 이 통문을 지은 사람으로서 고문을 당할지도 모릅니다. 이미 정부 관리 가운데 가장 부패한 관리인 이용익과 김영준- 가끔 이들에 대해서는 특별히 1900년 2월 16일자 저의 229호 문서에 제가 써 보낸 적이 있는데-이 이 통을 지은 자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에 대한 언급은 현재 그들이 친러파이기 때문에 (러시아 공사) 파블로프씨를 불쾌하게 하고 있습니다.
저는 중국에서 간행된 신문에 '의화단' 운동이 실제로 10월달에 시작되었지만 영원히 끝나고 말았다고 다고 보도한 것을 보았습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저는 관련된 행동들이 준비되고 그 소요에서 한국인들의 지지를 기대했다고 믿고 싶습니다.
저는 황제 폐하가 이 통문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고 확신합니다. 그는 중국에서 문제가 되는 것을 승인하지 않으며, 외국인들에게 그가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조치들을 취했습니다. 사실 그의 행동 가운데는- 연합군에게 보급품을 보내주는 것 같은- 외국인들에게 친근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결정적인 욕구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 문제에서 그의 백성들의 공감을 충분히 얻을 수 없다는 것을 그가 두려워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미 취한 조치가 어떤 형태로든 총궐기하는 것은 막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직은 한국에 있는 미국 선교사들 지도자들에게 드러내서 여행하지 말도록 주의하는 회람 편지를 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0일자 임시 보고문에 지적한 대로, 이미 폭력행위가 일어났기 때문에, 그리고 소요를 요구하는 이 통문에 의해서 불안이 생겨났기 때문에, 우리 국민들은 주의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통문의 사본을 첨부합니다.
공경하는 마음으로 각하에게
당신의 충실한 종
호레이스 N. 알렌"
그리고 같은 날 선교사들에게도 다음과 같은 비밀 회람을 돌려 이 기간 동안에 가능한 한 여행과 노출을 삼가도록 권고하고 있다.
"미국 선교사에게 비밀 회람
미국 공사관
한국, 서울, 1900년 11월 22일
이 나라의 혼란한 상황에 비추어, 그리고 (음력) 10월달에 일으키기로 계획된 반외세와 반기독교 운동이 일어날 것같은 소문 때문에, 나는 여러분들이 12월 중에는 가능한 한 여러분 자신을 여행을 하여 노출시키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 달에 선교부에 소속된 여자들은 한국 내지를 여행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계획된 운동이 세어나갔다는 것을 알고있기 때문에, 나는 그다지 심각한 일은 일어나지 않으리라 생각하지만, 위와 같이 여러분에게 주의를 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호레이스 H. 알렌"
아무튼 이 사건은 사전에 탄로가 나 미국 공사 알렌의 강력한 항의를 받고 대한제국 정부에서 전국에 이를 취소하는 강력한 전문(電文)을 보내 불행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사건에 연루되어 이용익과 김영준은 처벌을 받았다. 반드시 이 사건 때문만은 아니었지만, 이용익은 그해에 감봉을 당하고 김영준은 반역죄에 연루되어 이듬해에 교수형을 당하였다. 한말의 황현은 그의 {매천야록}에 이러한 사실을 그들의 인물평과 함께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이용익(李容翊)이 죄를 지어 감봉을 당하였다. 그는 고종의 총애를 믿고 교만하고 방자하였다. 그는 언제나 사사로 알현할 때 군신들이 빽빽히 서 있어도 손으로 고종을 불러 귓속말로 속삭이며 군신의 예를 갖추지 않으므로 중외(中外)의 신하와 백성들은 그를 미워하였다. 그러나 고종은 그를 의지하여 금리(金利)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그 사이를 이간할 수 없었다."({매천야록} 1900년조)
"김영준(金永準)이 역모죄(逆謀罪)로 처형되었다.
이에 앞서 민영주(閔泳柱)는 러시아인에게 월미도(月尾島)를 팔아 넘겨 중벌을 받게 되자 그의 아들 민경식(閔景植)이 김영준에게 도움을 청하였다. 그러자 김영준은 민경식에게 러시아 공사관으로 가서 병력을 빌린 후 고종을 위협하여 엄비(嚴妃)와 여러 권귀(權貴)들을 살해하도록 하고 그 여세로 정부를 전복시키라고 하자 민경식을 그의 말을 이행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는 그 일이 오랫동안 이루어지지 않자 두려움을 느껴 그 음모를 모두 자백하고 주석면(朱錫冕)을 증인으로 내세웠다. 이에 주석면은 지정죄(知情罪)의 선고를 받고 민경식은 만고죄(晩告罪)의 선고를 받아 모두 종신유배형에 처했다.
한편, 김영준은 처음에 참형(斬刑)으로 처형하려고 하였으나 조서(詔書)를 다시 내려 교형(交刑)으로 처형하게 하자 사법부에서는 무슨 옥변(獄變)이라도 생길까 싶어 그를 서둘러 처형하므로 백성들은 도로로 나와 서로 축하말을 나누었다. 이 때 고종은 그를 처형할 뜻이 없었으므로 그의 처형 소식을 듣고 탄식하기를 '공무(公務)를 잘 받들어 이행하고 재물을 잘 상납한 사람 중 어찌 김영준 같은 사람이 있겠는가'라고 하였다.
김영준은 서얼로 버림을 받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는 갑자기 귀인(貴人)이 되어 적자(嫡子)의 집안을 경멸하고 더욱이 윤리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행패를 부렸다. 그는 자기 어머니의 신주를 만들어 그의 형 김영철을 꾸짖으며 자기 아버지의 사당에 모시도록 하였다. 그는 또 어머니 묘를 파서 그의 아버지 묘소에 합장하면서 '어찌 살아서는 한자리에서 자면서 죽어서는 한 구멍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법이 있겠는가'라고 하였다. 그리고 경재(卿宰)들이 그에게 서신을 보내면서 '생(生)' 으로 칭하고 '제(弟)'로 칭하지 않을 경우 그들을 납치하여 땅에다가 엎어놓고 '이 사람이 살고 싶지 않은가 봐, 생(生)이 무슨 호(號)인가'라고 하며 문책하므로 그들은 김영준을 두려워하였다. 그는 또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과 사귀었다. 그가 여러 사람으로부터 공분(公憤)을 사게 한 일은 대충 이러한 것이다."({매천야록} 1901년조)
한국 교회로서는 교인들이 채 2 만명을 넘지 못했던 시기에 동족에 의한 전국적인 박해를 받아 멸절될 수도 있었던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
